미 연준, 시험대에 오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연준의 과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승, 경기 둔화, 실업률 상승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연준, 좁아진 운신의 폭
당시 파월 의장은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는 것이 목표"라며 "노동 시장이 크게 약화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25년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럽, 멕시코 등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동시에 연방 정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금융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연준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으며, 정책 결정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경기 성장 or 인플레이션 억제
연준은 경제의 기초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하며, 고용률이 3.8%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GDP 성장률이 2%대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지표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금리를 4.25~4.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경제가 둔화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한다면, 연준은 최근까지 유지해온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혹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지를 두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연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전략을 취해왔지만, 최근 들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정책 기조를 조정하고 있어 향후 방향이 더욱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경제 성장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정책이 초래한 경제 불확실성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초반부터 관세 조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 및 정부 지출 삭감을 단행하고 있으며, 대규모 이민 추방 정책도 추진 중이다.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하향전망
이러한 조치들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이미 미시간대 소비자 신뢰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하여 3월 기준 76.5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4.3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기업들은 관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으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클레이스의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7%로 낮아졌고, JP모건 및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이유로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정책 대응
문제는 장기적 인플레이션 기대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소비자 브랜드 협회(Consumer Brands Association)의 톰 마드레키(Tom Madrecki)는 "펩시코, 제너럴 밀스, 콘아그라 같은 대형 식품 기업들이 원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은 관세로 인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상회하고 있어 정책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연준의 파월 의장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정책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며, 연준이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의 충돌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에도 연준의 독립성을 시험한 바 있으며, 이번 재선 이후에도 유사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증가하는 정치적 압박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연준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에도 연준의 금리 정책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제롬 파월 의장을 직접 비난했고, 2019년에는 금리 인하를 강요하는 발언을 지속한 바 있다. 이번 임기에서도 유사한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 명령을 통해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준과 행정부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홉킨스대 경제학자인 존 포스트(Jon Faust)는 "현재 경제 상황이 둔화되고,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경우 연준과 행정부 간 심각한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와 관련 기업 분석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교역 둔화는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 업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반도체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 현대차, 기아: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둔화될 경우,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 포스코홀딩스: 철강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내수기업의 안정적 실적유지
반면, 일부 국내 소비재 및 내수 관련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신세계, 롯데쇼핑과 같은 유통업체들은 내수 소비가 일정 수준 유지될 경우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오뚜기, 농심 등 식품 기업들은 필수 소비재 수요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연준의 시험대,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향방
현재 미국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정부 지출 삭감, 그리고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속에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둔화 가능성 속에서 연준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금리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 역시 글로벌 교역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향후 경제 정책의 방향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출 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고, 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등의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도체 및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내수 활성화를 위한 소비 진작 정책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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