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디지털 독점에 칼을 빼들다
디지털시장법의 첫 집행대상
2025년 4월,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이하 DMA)'의 첫 집행 대상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과 메타를 지목하며 각각 5억 유로와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단순한 벌금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글로벌 디지털 권력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과 함께, 이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디지털 주권을 둘러싼 미·EU 간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DMA의 배경과 첫 타겟: 애플과 메타의 위반사항
디지털 시장법(DMA) 도입의 배경
DMA는 2022년 발효된 유럽의 신디지털 규제법으로, 구글·애플·메타·아마존 등 '게이트키퍼(gatekeepers)'로 분류된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심 골자는 다음과 같다:
- 플랫폼 내 공정경쟁 보장
- 데이터 결합 시 사용자 동의 필수화
- 제3자 사업자와의 차별 금지
애플: 개발자 커뮤니케이션 제한 위반
애플은 앱 개발자가 앱스토어를 통해 사용자에게 외부 구매 혜택 등을 알리는 것을 제한해 왔다. EU는 이를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대체 결제수단을 사실상 봉쇄한 불공정 행위로 판단했다.
또한, 애플은 자사 기기 내 대체 앱스토어 접근을 제한했다는 점에서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수년간 수백 건의 기술 조정과 사용자 요구 없는 기능 변경을 감수했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메타: 프라이버시 유료화 논란
메타는 광고 제거를 위한 유료 서비스(페이스북·인스타그램)를 제공하며, 사용자가 개인 데이터 활용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 EU는 이를 ‘사실상 프라이버시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로 판단했고, 사용자에게는 개인정보 제공 없이도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의 강경 반발: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
트럼프 행정부의 즉각 대응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경제적 갈취(economic extortion)”, “무역장벽”이라며 EU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백악관은 EU가 DMA 혹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근거로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을 경우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메타의 공식 반발과 정책 프레이밍
메타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 조엘 카플란은 “유럽은 미국 기업에만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간접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시점에서 본 리스크와 기회
리스크 요인 : 유럽시장의 성장둔화
규제 리스크 확대: 미국 기술기업의 유럽 매출비중(예: 애플의 유럽 매출 비중은 약 25%)을 고려할 때, 추후 유럽시장 매출 둔화 및 구조 개편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미-EU 무역 긴장: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보복관세 또는 상호 규제를 단행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및 기술 기업의 해외수익에 악영향.
기회 요인 : 유럽테크기업의 부상
중소 플랫폼 및 유럽 테크기업 부상: 공정경쟁 기반이 확대되며, 유럽 로컬 플랫폼이나 데이터 솔루션 기업들이 주목받을 가능성.
관련 법규를 선제적으로 충족한 기업의 차별화 기회: SAP, TeamViewer, Avast 등 유럽 내 규제 준수 기반의 기술기업이 수혜 예상.
앱스토어 수수료 구조 변화와 게임사 영향
애플의 인앱결제 제한 완화는 한국의 게임 및 콘텐츠 기업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기업이 주목된다:
- 카카오게임즈 (293490.KQ): 기존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 완화로 이익률 개선 가능성.
- 위메이드 (112040.KQ): 블록체인 기반 결제 확장을 추진 중인 기업으로, 자체 결제시스템 구축에 유리한 규제환경 형성.
- NHN (181710.KQ): 다양한 모바일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지역 서비스 확대시 수혜 가능.
이들은 글로벌 플랫폼 정책 변화에 따라 직접적인 수수료 절감 및 자체 유통 채널 확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디지털 주권과 빅테크 규제의 시대, 투자자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이번 EU의 제재는 단순한 벌금 부과 이상의 정치·경제적 상징성을 지닌다. 디지털 패권에 대한 유럽의 주권 선언이자, 미국과 유럽 간 기술 주도권 경쟁의 신호탄이다. 중장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고려해야 한다:
- 글로벌 기술기업 투자 시 지역별 규제 리스크를 상시 점검해야 하며, 특히 미국·유럽 양방향의 규제 정책을 동시에 반영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 개인정보 보호·데이터 활용 규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에 장기적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 글로벌 밸류체인상 유럽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의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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