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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과 균열이 계속되는 유럽의 방위비 증액논의

유럽의 자립안보의 의지

방위비 증액,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어떻해 좁힐 것인가?

러시아 침공위협과 다혈질의 미국외교정책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가 약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NATO와의 관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재차 내비치면서 유럽 각국은 안보 자립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주요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침공 위협과 미국의 변화무쌍한 외교정책 사이에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ReArm" Vs "Readiness"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군사비 확대를 위한 "ReArm Europe"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계획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반발로 이름을 "Readiness 2030"으로 바꿔야 했다. "ReArm"이라는 용어가 군사적 공격성을 연상시켜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다 중립적이고 준비 태세에 초점을 맞춘 표현인 "Readiness 2030"으로의 변경은 유럽 내 여론과 재정 부담을 고려한 절충의 결과였다. 이는 유럽 방위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각국의 정치적, 재정적 상황이 그 실행을 제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위비 증액, 현실과 이상의 간극

부담금이슈의 해결이 문제

에스토니아 전 총리이자 현 EU 외교안보정책 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주장하며, 각국의 국민총소득(GNI)에서 일정 비율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연 400억 유로를 지원하자고 제안했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차선책인 50억 유로 규모의 포탄 지원안조차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프랑스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동참거부

현재 제시된 8000억 유로 규모의 Readiness 2030 예산 중 실제 사용 가능한 금액은 1500억 유로에 불과하며, 이는 각국이 자국 재정으로 추가 차입을 통해 군비를 늘리는 방식이다. 독일은 부채 규정을 완화하고 군사 및 인프라에 대규모 지출을 허용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고부채 국가로서 이에 동참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무기팔 생각뿐

프랑스 또한 높은 국가부채와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어려우며, 방산 구매 시 유럽산 비중을 높이려는 보호주의적 태도로 미국, 캐나다, 영국 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ATO 내 역할 재편과 트럼프 변수

동맹국 방위비 분담은 EU의 부담

NATO의 핵심 전력 제공자인 미국의 후퇴 가능성은 유럽의 불안 요소다. 트럼프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며 GDP의 5%까지 증액할 것을 주장해 왔다. 현재 NATO는 2%에서 3.5% 수준으로 목표 상향을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안보보장 방안으로 '유럽 재보증군'을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국가는 없다. 이는 정치적 부담, 재정적 제약, 러시아와의 외교적 충돌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과의 긴장 속 유럽의 기회와 리스크

유럽의 군수산업 발전은 확실

단기적으로는 유럽 내 결속 부재와 재정 한계로 인해 일관된 전략 수립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군수산업 발전과 전략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독일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포함한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자체 기술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유럽 주도의 방위 강화 움직임은 미국산 무기와 군사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방산 기업 간 갈등, 조달 지연, 비용 상승 등의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다.

한국 군수기업에 기회

협력가능성과 기술수출 확대

한국 증시에서는 유럽의 방위비 확대 움직임과 관련하여 방산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유럽 및 NATO 회원국과의 협력 가능성, 또는 부품 및 기술 수출 확대를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U의 자국우선주의에 맞서야 하는 리스크

반면, 유럽 내 자국산 우선 원칙과 미국 방산기업과의 경쟁 심화는 국내 기업의 수출 확대에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EU가 미국, 캐나다, 영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역으로 한국 기업에게도 동일한 장벽이 될 수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국내 대표 방산기업으로, 항공기 엔진, 자주포, 미사일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군사 자립 움직임과 NATO 회원국의 무기 현대화 수요 증가는 이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독일 및 폴란드와의 협력 가능성, 유럽 현지 생산 기지 설립 등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고유한 조달 기준, 정치적 상황,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수출 및 기술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의 방위 자립 시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

유럽은 미국의 전략적 후퇴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응해 군사 자립을 강화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기간 내에는 실행력 부족, 정치적 갈등, 재정 부담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독자적 방위 체계 구축, 군수 산업 육성, 전략적 독립이라는 큰 그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럽의 군사비 지출 확대가 글로벌 방산 시장의 재편을 야기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주도의 무기 수요 증가가 한국 방산기업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되,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럽 특유의 조달 시스템에 대한 대응 전략도 병행해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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